길고 길었던 겨울, 가는 겨울이 싫은 사람도 있다.
시원한 바다와 겨울 철새들의 도래지로 잘 알려진 순천만엔 겨울을 보내고 갈 채비를 하고 있는 철새를 촬영하기 위해 탐조객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
필자도 이른 아침 일찍 새벽길을 나선다.
철새들의 노니는 모습과 노랗다 못해 황금색이 잘 어울리는 갈대의 춤사위를 보기 위해 설레는 맘을 안고 순천만으로 달려간다.
한 시간 여를 달려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순천만에 도착한다.
아직 이른 새벽이다.
필자의 눈앞에 펼쳐진 갈대와 바닷물이 오고 나가는 작은 고랑은 조용한 침묵과 함께 또 하나의 그림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긴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앵글 속에 담아가는 내 손길은 작은 떨림도 거부한 채 연신 새벽 조용한 갈대숲을 앵글에 담아본다.
침묵 속 형태 속에도 나름 멋과 냄새를 간직한 순천만 갈대의 겨울 풍경은 잔잔하게 불어오는 새벽 바닷바람에 멋진 춤사위를 연출하고 있다.
멋갈 스럽게 던져진 한척의 배와 갈대의 그림, 상상속의 풍경은 어느 화가의 풍경화와도 바꿀 수 없는 멋진 광경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작은 고랑엔 어느 정도 썰물이 빠져 나가는가 싶더니 물이 급속히 차오르면서 하늘엔 붉은 빛이 감돈다.
말로만 듣던 순천만의 여명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황금빛 갈대의 춤사위가 새벽 바닷바람 속에 연신 바빠진다.
필자의 손도 파인더에 비추는 풍경을 놓칠 새라 카메라 앵글 속에 포커스를 맞추며, 함께 새벽을 열어간다.
물안개와 함께 붉은 새벽 아침의 여명, 광활한 황금빛 갈대 숲, 푸른 바다, 작은 고랑, 한가로이 놓인 한척의 배를 상상해 보라.
생각하는 자체만으로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진 순천만의 새벽 풍경은 찾은 이의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곳이다.
순천만의 아침이 밝아오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추수 때 흘려놓은 알곡을 주워 먹으려는 철새의 움직임이 장관을 연출, 또 하나의 작품의 소재로 탄생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운집해 있는 수많은 철새의 향연은 이곳을 찾은 작가들의 마음을 바쁘게 한다.
뿌연 안개와 논에 모여든 수많은 철새, 그 뒤에 그림 속 같은 오래된 건물의 조화는 잘 어울리는 한 컷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고 길었던 것 같다. AI 조류독감, 구제역 여파는 이곳 순천만에도 찾아왔다.
그러나 겨울이 가는 것을 못내 아쉬운 사람도 있으리라.
멋진 철새의 모습과 겨울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떠 다시 내년을 기약하기가 안타까울 게다.
일상인이여, 겨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순천만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일상의 힘든 모습을 다 떨쳐버리고 아름다운 곳, 또 하나의 볼거리인 순천만의 철새 도래지와 갈대숲으로 한가로이 여행을 떠나보자. /곡성투데이 김종권 기자
►순천만 가는 길, 순천시 해룡면 선학리 - 서순천 IC, 와운 마을, 해룡마을 갈대밭 길 15분 정도
포토> 아름다운 순천만의 일몰
글 사진>김종권, 현재 섬진강문화학교 교장, 독도사진 작가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