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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따라> 봄꽃 보러 전국에서... 구례에 차량 행렬이 끝 없네

북녘 땅 아닌 남녘 전라도에도 있는 '압록강'

오문수 | 입력 : 2023/03/31 [20:19]

화개장터 입구에서 쌍계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벚꽃길 모습.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데. 교통체증 때문에 차가 막혀 '오늘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화개장터 입구에서 쌍계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벚꽃길 모습.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데. 교통체증 때문에 차가 막혀 '오늘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문수     ©金泰韻

 

섬진강을 따라 기차마을 종점역인 가정역을 지나면 압록강이 나온다. 하천법상 공식 명칭이 아니지만 곡성 구례에서만 부르는 섬진강의 또 다른 이름이 압록강이다.

 

이곳 곡성의 압록강 일대는 청정 수역으로 민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이다. 물고기를 잡을 때는 대개 그물을 쳐놓고 작대기로 물을 때려서 고기를 그물에 몰아넣는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물을 쳐놓고 오리 모양의 부유물을 만들어서 물위에 띄운 채 끌고 가면 물고기들이 진짜 오리인 줄 알고 쫒기다가 그물에 잡혔다고 한다. 압록강의 첫 글자 '압'은 오리를 뜻하는 '압(鴨)'자를 쓴다.

 

곡성 기차마을 종점인 가정역을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압록이 나온다. 오른쪽 강물이 섬진강 본류이고 왼쪽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대황강이다.

▲ ▲ 곡성 기차마을 종점인 가정역을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압록이 나온다. 오른쪽 강물이 섬진강 본류이고 왼쪽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대황강이다.ⓒ 오문수     ©金泰韻


대황강(보성강)과 섬진강이 합류하는 압록에는 무려 10만㎡에 이르는 광활한 백사장이 펼쳐져 여름철이면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받았다. 피크에는 기차를 타고 압록역에 내린 피서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대황강과 섬진강 양쪽 상류에 댐이 설치되면서 수량이 줄어 드넓은 압록 백사장도 자취를 감췄다. 고대에는 송정 마을 인근에서 생산된 철을 수송하기 위해 무역선이 드나드는 포구였지만 백사장이 줄어들면서 쇠퇴일로를 겪다가 평범한 강변마을로 바뀌었다.

 

설상가상으로 압록역도 폐역이 됐다. 그러던 압록이 2016년 명소화 사업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재탄생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테마파크 '상상스쿨'이 생겼기 때문이다.

 

산자수려한 구례 벚꽃길

 

구례는 예로부터 세 가지가 크고 아름다운 땅이라하여 3대(大) 3미(美)의 고장이라 했다. 지리산, 섬진강, 풍요로운 들녘이 크고 수려한 경관, 넘치는 소출, 넉넉한 인심이 있어 아름다운 고장이다. 구례는 산과 물이 빚어내는 풍광이 수려하다. 섬진강의 그림 같은 경치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은어, 잉어, 눈치, 쏘가리, 황어, 게 ,다슬기 등이 많이 잡힌다.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를 따라 섬진강변을 걷다가 용호정 인근에서 만난 생태탐방로 모습이다.   

▲ ▲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를 따라 섬진강변을 걷다가 용호정 인근에서 만난 생태탐방로 모습이다.ⓒ 오문수     ©金泰韻

 

봄이면 섬진강을 따라 화사하게 웃는 벚꽃이 아름답다. 초여름이면 계곡마다 짙은 산록이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고 여름이면 은어가 펄떡인다. 가을이면 붉게 타는 만산홍엽이 동양화 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겨울이면 순백의 하얀 눈꽃이 만개한다.

 

구례군민을 구한 구례경찰서 안종삼 서장의 용단

 

하지만 여순사건과 6.25를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지리산은 마냥 아름답기만 한 산은 아니다. 지리산 주변 마을에서 이념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1954년에 구례 인구가 56968명인데 남자가 27968명이고 여자가 29650명이다. 여자가 2342명이나 많다. 전쟁으로 사람이 많이 죽었고 그중에도 남자가 많이 죽었음을 뜻한다.

 

한국전쟁 중 전국에서는 보도연맹과 관련된 학살이 많았다. 하지만 구례에서는 보도연맹 관련 학살자는 없었다. 의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구례경찰서 관내 마당에는 안종삼 총경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뒤편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대한민국 정부는 대전에서 부산으로 후퇴를 거듭했다. 당시 지리산 자락은 빨치산의 주무대로 좌우익 대립이 극심했다. 안종삼 서장에게 수감된 보도연맹원들을 사살하고 즉시 퇴각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비록 좌익이란 딱지가 붙었지만 이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평범한 주민들이었다.

 

인민군이 남원까지 내려오자 전선은 더욱 급박하게 돌아갔다. 장고를 거듭한 안서장은 1950년 7월 24일 오전 11시 경찰서 뒷마당에 수감자 전원을 불러 모았다.

 

구례경찰서 관내에 세워진 안종삼 서장의 동상 모습. 구례군민을 구한 의인이다.

▲ ▲ 구례경찰서 관내에 세워진 안종삼 서장의 동상 모습. 구례군민을 구한 의인이다 ⓒ 오문수     ©金泰韻


"여러분을 모두 방면합니다. 내가 만일 반역으로 몰려 죽는다면 나의 혼이 480명 각자의 가슴에 들어가 지킬 것이니 새사람이 되어 주십시오."

 

낙동강 전투를 끝으로 세 달 만에 찾은 구례는 여느 곳과 다르게 평온했다. 목숨을 내건 안서장의 용단이 피의 보복으로부터 군민 모두를 구한 것이다. 안종삼 총경이 구례를 떠나자 구례군민은 10폭 병풍을 선사했다.

 

구례경찰서를 지나 공설운동장쪽으로 조금 더 가면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1597.4.1.~8.21)할 당시 의금부도사를 보내고 구례에 머물면서 이곳에 앉아 나라의 안위를 걱정했다고 하여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 바위'라 불린다.

  

이순신장군 백의종군 바위 모습

▲ ▲ 이순신장군 백의종군 바위 모습ⓒ 오문수     ©金泰韻

정유재란 당시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구례현감과 7의사를 모신 석주관 모습 

▲ ▲ 정유재란 당시 왜군과 싸우다 순절한 구례현감과 7의사를 모신 석주관 모습ⓒ 오문수     ©金泰韻

 

이순신 장군은 1597년 4월 26일 구례에서 하룻밤을 자고 구례현감 이원춘과 손인필 등의 도움을 받아 다음날 적정을 살피러 순천 왜성으로 갔다. 5월 14일 구례현청으로 돌아와 구례현감 이원춘, 체찰사 이원익과 함께 종일토록 나랏일을 논의했다. 5월 27일 석주관을 떠날 때까지 구례에서 머문 14일간은 이순신 장군에게 우국충정으로 고뇌하는 시간이었다.

 

요즈음 구례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리는 제25회 화개장터 벚꽃 축제를 즐기기 위해 구례를 찾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타고 온 수많은 차량으로 길이 꽉 막혔기 때문이다. 구례읍에서 화개장터까지 섬진강변을 따라 걷는 내 발걸음이 때론 승용차보다 앞서간다.

 

차가 달릴 수 없으니 갓길로 나와 체조하는 사람도 있고 짜증을 내며 기지개를 켜는 사람도 있다. 차량 행렬이 끝이 없다. 방법이 없을까? 광양 매화축제기간에는 섬진강 천변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운영해 교통난을 해소한다. 구례나 하동 지자체에서도 이 제도를 운영하면 어떨까?

 

섬진강변에는 2년전 있었던 섬진강 대홍수 때 터진 제방을 보수하는 공사가 여러곳 있었다. 

▲ ▲ 섬진강변에는 2년전 있었던 섬진강 대홍수 때 터진 제방을 보수하는 공사가 여러곳 있었다.ⓒ 오문수     ©金泰韻

화개장터 가는 도중에는 '구례 석주관 7의사묘'를 만난다. '석주관 7의사묘'는 정유재란 때 석주관성에서 싸우다 순절한 의병장 일곱 분과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당시 구례 현감을 모신 무덤이다. 왼쪽부터 현감 이원춘과 7의사인 왕득인, 이정익, 한호성, 양응목, 고정철, 오종, 왕의성을 모신 묘이다.

 

벚꽃축제 기간만이라도 셔틀버스를 운영했으면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 길을 따라 섬진강변을 걸으니 2년전 발생한 섬진강 대홍수 후유증으로 아직도 제방보수 중인 곳이 여러 군데다. 공사 현장을 돌아 걸어가느라 5시간 만에 화개장터에 도착하니 거리와 도로가 온통 주차장이다. 어두워져 구례읍으로 돌아가려는데 마을버스가 들어올 수 없단다.

  

구례 벚꽃축제가 열리는 기간(3.31~4.2)에 구례는 전국에서 온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꽉막힌 도로 때문에 갓길을 걷는 내 발걸음이 빨랐다. 

▲ ▲ 구례 벚꽃축제가 열리는 기간(3.31~4.2)에 구례는 전국에서 온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꽉막힌 도로 때문에 갓길을 걷는 내 발걸음이 빨랐다.ⓒ 오문수     ©金泰韻

 구례벚꽃 구경하러 온 여수 국동테니스 클럽 회원들이 기념촬영했다.

▲ ▲ 구례벚꽃 구경하러 온 여수 국동테니스 클럽 회원들이 기념촬영했다.ⓒ 오문수     ©金泰韻

구례 택시를 불러도 차가 막혀 못 간다고 한다. 밤에 구례까지 걸어갈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 버스정류장에서 2시간을 기다려 밤 8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마을버스가 들어왔다. 구례까지 버스비는 1000원 밖에 안된다. 대부분 승용차에는 두세명 밖에 타지 않았는데....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교통체증과 연료비, 공해까지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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